#8 일곱 번째 파도 

 6월의 첫째 주 일요일 오후. 오전에 내린 비가 아직도 덜 개어 드문드문 가는 비가 내렸다. 갈라진 구름의 틈 사이로 가느다란 햇빛이 스며들지만 세상은 어둡다. 바람이 불어 작은 틈바구니마저 막혀버리고 구름 낀 갑갑한 하늘만 펼쳐진다.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드문드문 더운 공기가 느껴지는 한강대교 가장자리. 젖은 도로와 바퀴가 마찰하면서 자동차들은 더욱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달린다.

 한 남자가 노들섬 쪽에서, 다른 한 남자가 한강로 쪽에서 각각 걸어온다. 노들섬 쪽에서 걸어온 남자가 한강로 쪽에서 온 남자를 알아보고는 멈춰 선다. 이내 한강로 쪽에서 온 남자도 걷기를 멈춘다. 한강로 쪽의 남자가 피식 웃어 보인다. 아니, 그냥 저 혼자 웃는다.

 웃음으로 무언가 신호를 보내려 하지만 노들섬 쪽에서 온 남자는 그 가느란 신호마저 회피해 버린다. 더 이상의 신호를 받고 싶지 않은 노들섬 쪽의 남자는 한강 쪽으로 몸을 돌려 버렸다.

 '흠……' 하는 기인 한숨이 한강로 쪽의 남자에서 났다. 이것이 한강로 쪽의 남자가 노들섬 쪽의 남자에게 보내는 신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내 노들섬 쪽의 남자에게서도 긴 한숨이 났다.

 이번에는 노들섬 쪽에서 '후훗'하는 웃음이 났다. 이렇게 됐으니 아무튼 저런 약한 사람에게 지지는 않은 셈이라는 생각이 노들섬 쪽의 남자에게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.

 두 남자는 나란히 한강을 바라보고 서서, 제 안의 어떤 휘파람 소리가 나기를 기다린다. 빠삐용처럼 멋지게 탈출하기 위한 타이밍을 센다.

 하나, 둘, 셋, 넷, 다섯, 여섯, 그리고 일곱.

끝 .


<<(소설) 두 여자, 두 남자 처음으로 가기>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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